국회 부상군인 세미나 다시 보기 (1) — “부상의 순간부터가 국가책임”, 국군외상센터의 최전선

2026년 6월 29일, 제2연평해전 24주년에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부상군인 예우 및 지원 확대를 위한 정책 세미나 — 살려내는 군의료에서 지켜주는 제도까지」가 열렸습니다. 국회의원 임종득·백선희·이준석 의원실이 공동 주최하고 사단법인 퍼플하트가 주관한 이 자리에는 두 편의 발제와 네 편의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그 내용을 여섯 편에 나누어 전합니다. 첫 번째는 부상의 최전선, 군의료 현장의 이야기입니다.
부상은 ‘보상의 시작’이 아니라 ‘국가책임이 작동하는 첫 순간’
발제에 나선 국군수도병원 국군외상센터 외상진료과장 이호준 중령(외과 전문의·외상학 세부전문의)은 분명한 문장으로 말문을 열었습니다. “부상군인 지원은 사고 이후의 보상 문제가 아니라, 부상의 순간부터 작동해야 하는 국가 책임입니다.” 사고 발생 → 이송 → 소생 → 수술 → 중환자 치료 → 재활 → 복귀는 따로 떨어진 단계가 아니라 하나의 연속된 과정이며, 국가의 책임은 그 첫 순간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부상의 순간을 생명으로 연결하는 시스템’ — 국군외상센터
2021년 8월 문을 연 국군외상센터는 총면적 11,169㎡, 60병상 규모의 외상 전문 인프라입니다. 헬리패드에서 외상소생실(CT·혈관조영), 수술실, 중환자실까지 한 흐름으로 이어지는 원스톱 구조로, 부상 현장에서 병원 도착, 그리고 소생·수술·중환자 치료까지의 ‘지연을 줄이는 것’이 생존과 기능 회복을 좌우합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배후 역량도 상당합니다 — 31개 전문 분과, 131명의 전문의, 681병상, MRI·PET/CT를 갖추고 하루 평균 수술 약 40건, 외래 약 1,184건을 감당합니다.

급증하는 중증외상, 그리고 군 외상의 특수성
군 외상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국군외상센터 내원환자는 2022년 101명에서 2025년 621명으로 늘어 연 800여 명에 이를 전망이며, 중증(의심) 환자도 연 350여 명으로 추정됩니다.

군 외상은 민간과 다릅니다. 폭발상·관통상·총상·화상 같은 특수손상이 많고, 다수 사상자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으며, 작전환경에서는 의료자원과 이송 경로가 제한됩니다.

그만큼 군 작전환경에 맞춘 별도의 외상 대응체계와 이를 뒷받침할 인력·제도가 필요합니다. 실제로 국군외상센터는 2026년 5월 소방청 중증외상 최종치료병원으로 선정되어, 군 장병을 넘어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국가 자산으로 역할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생명을 살린 이후의, 더 긴 싸움
이호준 중령은 “부상군인의 회복은 수술실에서 끝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감염·재건을 위한 반복 수술, 관절·근력·보행·손 기능을 되찾는 장기 재활, 외상 경험과 신체 변화·미래 불안을 다루는 심리 회복, 그리고 간병과 경제적 부담이 집중되는 가족의 몫까지 — 살린 이후의 싸움이 더 길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장의 지원체계는 여전히 분절되어 있습니다. 병원은 급성기 치료를, 부대는 복귀·보직 조정을, 보훈·복지는 보상·생활지원을 각각 맡지만, 이들이 초기부터 서로 연결되지 못합니다.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선의가 아니라, 부상 발생 직후부터 작동하는 통합된 제도입니다.”
국회와 정부에 드린 제언
- 부상군인 통합지원체계 제도화 — 부상 직후부터 치료·재활·보훈·복귀·전역 후 삶까지 하나의 경로로 잇는 국가책임형 지원체계와 전담 코디네이터, 표준화된 지원경로, 데이터 기반 장기 추적관리.
- 군 외상·응급·재활 역량 지원 — 24시간 중증외상 대응을 위한 전문인력·시설·장비·재활 인프라의 안정적 지원.
- 데이터 기반 정책 수립 — 손상 유형·치료 경과·재활 결과·복귀·보훈 연계를 추적해 정책 근거로 활용.
“부상군인 지원은 복지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안보와 국민 신뢰의 문제입니다. 살리는 것에서, 끝까지 책임지는 체계로.”
그런데, 이 모든 것을 떠받치는 ‘군의관’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발전한 군의료에도 깊은 그늘이 드리우고 있습니다. 바로 군의관의 급격한 감소입니다. 군의관 임관 인원은 2025년 692명에서 2026년 304명으로, 단 1년 만에 약 56%가 줄었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오래 남아 군의료를 떠받치는 장기복무 군의관입니다. 2024년 기준 전체 군의관의 약 8%, 190여 명에 불과하며, 장기복무 지원자가 한 명도 없던 해(2020년·2023년)마저 있었습니다.
왜일까요. 군의관의 복무 기간은 약 38개월로, 18개월인 병사의 두 배가 넘습니다. 그런데 병사의 봉급이 크게 오르고 복무 기간이 짧아지면서, 굳이 더 길고 고된 군의관의 길을 택할 이유가 줄어든 것입니다. 실제로 의대에 다니거나 이미 의사 면허를 딴 사람조차 군의관 대신 일반 병(의무병)으로 입대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의대생 현역병 입영자는 2020년 150명 수준에서 2025년 2,895명으로 약 20배 급증했습니다. 게다가 어렵게 군의관이 되어도 대부분 단기 군의관일 뿐입니다. 지금의 군의료는 소수 장기 군의관들의 헌신으로 겨우 지탱되고 있지만, 그 희생과 헌신만으로 언제까지나 버틸 수는 없습니다.
해법 — 장기 군의관을 길러낼 ‘국방의료대학’
그래서 사단법인 퍼플하트는 국방의료대학(가칭·국군의무사관학교) 설립을 제안합니다. 사관학교 생도처럼 스무 살 무렵부터 6년간 교육해, 처음부터 군 의료에 헌신할 장기 군의관을 안정적으로 길러내자는 것입니다. 졸업 후 장교로 임관해 오래 복무하며, 이미 세계적 역량을 갖춘 국군수도병원을 부속 교육병원으로 활용하면 큰 병원을 새로 짓지 않고도 양성이 가능합니다. 미국(USUHS·국군의무대학교, 1972년)과 일본(방위의과대학, 1973년)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런 국가 의료인력 양성기관을 운영해 왔습니다.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되어, 국방위원회 검토보고서는 “장기복무 군의관 확보를 위한 취지는 타당하다”고 평가했습니다(재원·운영 방안 등은 추가 논의 과제로 남았습니다).
군의료가 지키는 것은 군인만이 아닙니다
국방의료대학은 군의 문제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이렇게 길러진 군의관들은 외상외과·감염내과처럼 민간에서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필수의료 분야의 전문가로 자랍니다. 우리나라 외상외과 의사는 전국에 350여 명뿐입니다. 이들이 전역 후 민간 외상센터로 이어진다면, 오늘날 우리 사회를 아프게 하는 ‘응급실 뺑뺑이’ 같은 필수·지역의료의 위기를 더는 데에도 힘이 됩니다. 실제로 코로나19 초기, 군 의료인력은 대구·경북에 연인원 2만 9천여 명이 파견되어 공공의료의 최후 보루가 되어 주었습니다. 총상·폭발상 같은 특수외상, 화생방·감염병 대응처럼 군의료가 아니면 감당하기 어려운 영역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치료의 최전선을 지키는 ‘군의료 영웅들’께
제도와 통계를 이야기했지만, 그 모든 것의 중심에는 결국 사람이 있습니다. 오늘도 헬리패드로 실려 온 장병의 생명을 붙들기 위해 밤을 새우고, 여러 차례의 수술과 긴 재활을 함께 견뎌 주는 군의관과 간호장교, 그리고 의료진이 있습니다. 나라를 지키다 다친 영웅들을 다시 살려내는 또 다른 영웅들입니다. 사단법인 퍼플하트는 이분들의 헌신이 소수의 희생으로 소진되지 않고 지속 가능한 국가의 체계로 이어지도록, 그리고 부상군인이 부상의 순간부터 복귀 이후의 삶까지 국가의 책임 안에서 회복하도록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치료의 최전선을 지키는 군의료 영웅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 시스템이 실제로 한 청년의 삶을 어떻게 붙들었는지, 부상 장병 본인의 경험담을 전합니다.
본 글은 2026년 6월 29일 국회 정책 세미나 발제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군의관 인력 통계는 국방부·국회 국방위원회 검토보고서 및 언론 보도, 국방의료대학 관련 내용은 관련 법안과 사단법인 퍼플하트의 정책 제안 자료를 참고했으며, 수치는 집계 기준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