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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보훈제도 깊이 읽기 (13) — 혼자 싸우게 하지 않는다: 민관협력과 제대군인 단체(VSO)

    미국 보훈제도 시리즈 13편(심층). 미국의 제대군인 단체(VSO)와 VA 공인 대리인의 무료 청구·항소 대리, 그리고 WWP·볼더 크레스트·인빅터스 게임 등 정부의 틈을 메우는 민간 재단을, 한국의 법정 보훈단체(재향군인회·상이군경회 등, 이미 인정된 유공자 중심의 한계)와 신생 공익단체(퍼플하트 등)와 비교합니다. ‘국가의 조력 + 민간의 동행’으로 다친 이가 혼자 제도와 싸우지 않게 하는 길과, 대한민국 민간 최초 부상군인 지원 법인 퍼플하트의 역할을 최신 자료·각주로 짚습니다.
    Aug 18, 2026
    미국 보훈제도 깊이 읽기 (13) — 혼자 싸우게 하지 않는다: 민관협력과 제대군인 단체(VSO)
    Contents
    미국 — 청구를 ‘대신’ 해주는 무료 전문가미국 — 국가가 ‘인정하고’, 민간이 ‘최전선에 선다’미국 — 정부가 못 하는 것을 메우는 민간회복을 넘어 ‘도전’으로 — 인빅터스 게임민간이 ‘회복’을 어떻게 돕나 — 그리고 재원은한국 — 크고 오랜 단체들, 그러나 결이 다르다한국 — 틈을 메우기 시작한 공익의 손길두 나라를 나란히 놓으면다음 단계를 위하여출처 및 각주

    지금까지 열두 편에 걸쳐 우리는 국가가 무엇을 해주는지를 봤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다친 사람이 그 복잡한 절차 앞에 ‘혼자’ 서면 길을 잃기 쉽다. 7편에서 본 청구·심사, 9편에서 본 사각지대가 그랬다. 바로 그 곁에 서서 함께 길을 찾아 주는 존재 — 민간과 단체가 이번 편의 주인공이다. 13편은 민관협력과 제대군인 단체(VSO)를 들여다본다.

    미국 — 청구를 ‘대신’ 해주는 무료 전문가

    미국에는 제대군인 봉사단체(VSO, Veterans Service Organizations)가 촘촘하다. 해외참전용사회(VFW), 미국재향군인회(American Legion), 장애제대군인회(DAV), AMVETS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들의 역할은 친목에 그치지 않는다. 핵심은 ‘공인 대리인(accredited representative)’이다.

    VA(보훈부)의 법무실은, 제대군인을 대리할 수 있는 사람을 세 유형으로 공인한다 — VSO 대표, 변호사, 청구대리인(claims agent)(근거: 38 CFR Part 14). 이 가운데 VSO 대표의 조력은 언제나 ‘무료’이며, 그 단체의 회원이 아니어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1] 이들이 하는 일은 구체적이다 — 받을 수 있는 혜택을 식별하고, 필요한 증거를 모으며, 청구서를 제출하고, 거부·과소 판정 시 보충 청구·상급 심사·항소위원회 항소까지 VA 앞에서 당사자를 대리한다.[1]

    더 눈여겨볼 것은 접근성이다. 이 공인 대리인들은 대부분 VA 지방사무소에 상주하며 실무진과 직접 소통해, ‘어떻게 하면 첫 심사에서 제대로 인정받을지’를 가장 잘 안다.[2] 7편에서 본 국가의 ‘조력 의무’가 행정의 몫이라면, VSO의 무료 대리는 그 조력을 현장에서 완성하는 민간의 몫이다. 국가와 민간이 한 팀처럼 움직이는 셈이다.

    미국 — 국가가 ‘인정하고’, 민간이 ‘최전선에 선다’

    여기서 미국 민관협력의 진짜 구조가 드러난다. 국가는 민간을 ‘공인’하고, 민간은 ‘최전선’에 선다. 국가는 대리인의 자격을 심사·공인하고 규율하며(때로 재정으로 뒷받침하고), 민간단체는 그 권한으로 다친 이의 곁을 지킨다. 단순한 청구 대리를 넘어, DAV는 거동이 불편한 제대군인을 위해 병원 진료 교통편을 운영하는 등 생활에 밀착한 지원까지 편다.[2]

    이 구조의 힘은 분명하다. 다친 사람이 혼자, 혹은 비싼 대가를 치르며 국가를 상대로 씨름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제도의 복잡함을 개인의 부담이 아니라 사회의 동행으로 감당하는 것 — 이것이 미국 보훈이 오래 다져 온 민관협력의 뼈대다.

    미국 VSO·공인 대리인(무료 청구·항소 대리) vs 한국 법정 보훈단체
    미국은 VA가 VSO 대표·변호사·청구대리인을 법으로 ‘공인’하고, VSO 대표의 청구·항소 조력은 무료·비회원으로 열려 있다. 한국의 법정 보훈단체는 크고 오래됐지만, 그 역할은 친목·권익·선양이 중심이고 ‘무료 조력·대리’ 기능은 아직 과제로 남아 있다.

    미국 — 정부가 못 하는 것을 메우는 민간

    청구를 돕는 VSO만이 전부가 아니다. 미국에는 부상군인의 마음과 삶, 그리고 도전을 돕는 크고 다양한 민간 재단들이 있다. 이들은 정부가 구조적으로 하기 어려운 영역을 메운다.

    대표적인 것이 상이용사 프로젝트(WWP, Wounded Warrior Project)다. 2003년 출범한 이 단체는 9·11 이후 부상용사와 그 가족을 ‘한 사람 통째로’ 돌본다. 회복을 이렇게 여러 층으로 받친다 — 정신건강으로는 병원과 연계한 2~3주 집중 치유 ‘Warrior Care Network’, 자연 속 모험을 통해 마음을 여는 ‘Project Odyssey’, 전화로 잇는 동료 상담 ‘WWP Talk’를 두고, 여기에 경력·재정 상담과 VA 보훈청구 상담까지 모두 무료로 제공한다. 부상 당사자뿐 아니라 곁을 지키는 가족·간병인 약 5만 명이 함께 등록돼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규모도 크다 — 2024 회계연도에 약 3억 8,500만 달러를 모금해 그중 70% 이상($2억 6,300만)을 프로그램에 썼는데, 이 재원은 정부 예산이 아니라 시민과 기업의 기부에서 나온다.[5]

    ‘치료’가 아니라 ‘성장’으로 접근하는 곳도 있다. 9편에서 만난 볼더 크레스트 재단(BCF)이다. 미 해군 폭발물처리(EOD) 참전용사 켄 포크가 세운 이 재단은 외상후성장(PTG)의 본산으로, 버지니아·애리조나의 휴양 시설에서 같은 상처를 지나온 참전용사가 직접 이끄는 90일 비약물 프로그램 ‘Warrior PATHH’를 운영한다(9편). 임상 진단이 필요 없고, 전액 무료이며, 참가자의 PTSD·관련 증상을 절반 이상 지속적으로 줄였다고 보고된다. 설립자의 말이 이 영역의 본질을 찌른다 — “시스템은 결코 충분한 치료 인력을 갖지 못한다. 우리가 서로를 일으켜 세워야 한다.”[6] 국가의 임상 체계가 채우지 못하는 동료애와 사람의 온기, 그리고 ‘아픈 사람’을 넘어 ‘다시 일어선 사람’으로 나아가게 하는 회복의 언어를 — 민간이 메우는 것이다.

    회복을 넘어 ‘도전’으로 — 인빅터스 게임

    부상 이후의 삶을 ‘도전’으로 바꾼 대표적 사례가 인빅터스 게임(Invictus Games)이다. 아프가니스탄에 복무했던 영국 해리 왕자(서식스 공작)가 2014년 세운 민간 재단이 주관하는, 부상·질병 장병(WIS)을 위한 국제 적응 스포츠 대회다. 2014년 런던에서 13개국 약 400명으로 시작해, 지금은 최대 25개국·500명 이상이 참가하는 대회로 성장했다.[7]

    ‘인빅터스(Invictus)’는 라틴어로 ‘정복되지 않는(불굴의)’이라는 뜻이다. 이 대회의 목표는 단순한 재활을 넘어선다 — 재단 스스로 밝히듯, 부상 너머에서 목적·정체성·미래를 되찾는 ‘외상후성장(PTG)’의 무대를 제공하는 것이다. 다친 몸으로 트랙을 달리고 역기를 드는 그 모습이, ‘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선언이 된다. 스포츠라는 언어로 명예와 자긍심을 되돌려주는 것 — 이 또한 정부가 아닌 민간이 개척한 회복의 길이다.

    정부가 못 하는 것을 메우는 민간 재단 — WWP·볼더크레스트·인빅터스, 한국 상이군경회 한계·퍼플하트
    미국의 WWP·BCF, 영국의 인빅터스 게임 재단처럼, 민간은 동료 지원·유연함·혁신(PTG)·가족 돌봄·도전의 무대 등 관료제가 닿기 어려운 영역을 메운다. 한국의 법정 보훈단체는 ‘이미 국가유공자로 인정된’ 사람이 중심이어서, 인정받기 전이나 등외의 부상군인은 손길 밖에 놓이기 쉽다.

    민간이 ‘회복’을 어떻게 돕나 — 그리고 재원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 보자. 이 민간 재단들이 실제로 부상군인의 ‘회복’을 어떻게 돕는지를. 회복은 보상금이나 병원 진료 같은 ‘제도’만으로 완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영국의 민간은 회복을 여러 층으로 떠받친다.

    • 마음 — WWP의 정신건강 프로그램과 BCF의 외상후성장(Warrior PATHH)이, 임상 치료와 그 바깥의 회복을 함께 잇는다.
    • 동료 — 같은 상처를 지나온 참전용사가 직접 이끈다. 의사·상담사만으로는 채우기 어려운 ‘너도 겪었구나’의 힘이다.
    • 몸과 도전 — 인빅터스 게임·워리어 게임즈처럼 스포츠로 ‘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를 증명하게 한다.
    • 가족과 생활 — WWP는 가족·간병인 5만 명을 함께 품고, 피셔 하우스는 치료받는 가족에게 무료 숙소를, 셈퍼 파이 앤 아메리카스 펀드는 위기의 순간 즉각적인 재정지원을 건넨다.

    그렇다면 이 방대한 지원의 돈은 어디서 올까. 놀랍게도 상당수 단체가 연방정부 지원을 일부러 받지 않는다. DAV와 VFW 재단이 대표적으로, 재원의 대부분을 시민의 기부, 회원의 회비, 기업·재단 후원, 그리고 오래 쌓아 온 기금(endowment)에서 얻는다. 이유가 분명하다 — 자신들이 감시하고 압박해야 할 대상이 바로 정부(VA)이기 때문에, 정부 돈에 기대지 않아야 당당히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정의 독립’이 곧 ‘목소리의 독립’인 셈이다.[8]

    부상군인 회복을 돕는 미국·영국 민간 회복층(마음·동료·도전·가족·재정)과 재원 vs 한국 비교
    미국·영국은 마음·동료·도전·가족을 붙드는 ‘민간 회복층’을 기부의 힘으로 두껍게 쌓았다. 한국은 보상·의료 ‘제도’는 갖췄으나 그 회복층이 얇고, 신생 공익단체가 국고·수익에 기대지 않는 ‘독립적 회복지원’을 이제 막 쌓기 시작했다.

    한국은 어떤가. 보상(6편)과 의료(8편)라는 ‘제도’의 뼈대는 갖췄지만, 그 위에 얹혀야 할 ‘민간 회복층’은 아직 얇다. 정신건강·동료회복·외상후성장·적응 스포츠·가족 지원을 민간이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구조가 뚜렷하지 않고, 기존 보훈단체는 앞서 봤듯 친목·권익·선양이 중심이다. 재정 구조도 다르다. 한국의 단체들은 상당수가 국고보조나 수익사업에 기대는 반면, 미국식 ‘기부로 자립해 독립적으로 옹호하는’ 모델은 이제 신생 공익단체를 통해 막 싹트는 단계다. 회복을 ‘제도’ 너머로 넓히는 일 — 그것이 한국 민간에 남겨진 큰 과제이자 기회다.

    한국 — 크고 오랜 단체들, 그러나 결이 다르다

    한국에도 크고 오랜 보훈단체가 있다. 대한민국재향군인회(1952년 창설, 가장 큰 보훈단체), 대한민국상이군경회, 전몰군경유족회, 전몰군경미망인회, 광복회, 무공수훈자회 등 10여 개의 법정 보훈단체가 국가보훈부 소관으로 활동한다.[3] 오랜 역사와 방대한 회원을 지닌, 결코 작지 않은 조직들이다. 이 가운데 부상군인과 직접 관련된 단체가 대한민국상이군경회다.

    다만 여기에는 짚어야 할 한계가 있다. 상이군경회를 비롯한 법정 보훈단체의 지원 대상은 대체로 ‘이미 국가유공자(상이)로 인정된’ 사람에 한정된다는 점이다. 즉 등급을 받아 유공자가 된 뒤에야 그 울타리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 그러나 정작 도움이 가장 절실한 순간은 그 ‘이전’이다 — 아직 인정받지 못해 심사와 씨름하는 사람, 그리고 9편에서 본 것처럼 등급 미달로 ‘등외’ 판정을 받아 유공자조차 되지 못한 부상군인은, 이 단체들의 손길에서 벗어나 있다. 나라를 위해 똑같이 다쳤는데도, ‘인정의 문’을 통과하기 전과 후로 지원이 갈리는 것이다.

    또한 그 역할의 결도 다르다. 이들 단체의 중심 기능은 대체로 회원 상호간의 친목과 상부상조, 권익 향상, 선양(기념), 그리고 복지·수익(상조)사업이다. 정작 다친 개인이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는 ‘청구·심사·항소를 함께 준비하고 대리해 주는 무료 전문 조력’은 — 미국의 공인 대리인 같은 형태로 — 제도화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현실에서 보훈 신청은 당사자가 홀로 감당하거나, 행정사·변호사에게 유료로 맡기는 경우가 많다. 7편에서 본 ‘본인입증’의 무게와 9편에서 본 사각지대가, 바로 이 조력의 공백과 맞닿아 있다.

    한국 — 틈을 메우기 시작한 공익의 손길

    그러나 변화도 시작됐다. 서울시 청년부상제대군인 상담센터(11편)처럼 법률·취업·주거를 실질적으로 돕는 공적 창구가 생겼고, 사단법인 퍼플하트를 비롯한 신생 공익단체들이 상담과 제도 개선 활동으로 그 틈을 메우기 시작했다.[4] 이는 한국형 민관협력의 새로운 씨앗이다. 다만 아직은 이런 공익단체들이 공식 절차 안에 제도적으로 통합되거나, 안정적인 재정·인력의 뒷받침을 받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선의와 헌신에 기대어 버티는 경우가 많다.

    민관협력 모델 — 국가의 조력 + 민간의 동행
    민관협력은 ‘관’이 인정하고 재정을 대면 ‘민’이 최전선에서 다친 이의 곁을 지키는 구조다. 미국은 VA가 대리인·단체를 법으로 공인해 이미 작동하고 있고, 한국은 무료 ‘공인 보훈 조력’의 제도화와 공익단체 파트너십이 다음 단계로 남는다.

    두 나라를 나란히 놓으면

    민관협력에서도 세 가지 결이 갈린다. ① 민간의 역할. 미국의 단체는 ‘청구를 대신 해주는 무료 전문 조력’이 핵심인 반면, 한국의 단체는 친목·권익·선양이 중심이고 조력은 개인·유료의 몫으로 남는다. ② 제도적 통합. 미국은 국가가 민간 대리인을 법으로 공인·규율해 공식 절차의 일부로 삼았지만, 한국은 법정단체는 있어도 ‘조력·대리’의 법적 통합은 아직 약하다. ③ 접근성. 미국은 지방사무소마다 무료 대리인이 상주하는 반면, 한국은 신생 공익단체가 이제 막 틈을 메우기 시작했다.

    다음 단계를 위하여

    한국의 보훈단체는 저력이 크다. 오랜 역사, 방대한 회원, 전국 조직 — 이 자산 위에 미국의 경험을 얹으면 길이 보인다. 첫째, 무료 ‘공인 보훈 조력·대리’ 제도를 도입해 다친 이가 청구·심사·항소를 혼자, 혹은 비용을 들여 감당하지 않게 하고, 둘째, 퍼플하트 같은 공익단체를 정식 파트너로 인정·지원해 최전선의 조력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며, 셋째, 국가의 조력의무(7편)와 민간의 동행을 하나로 엮어 본인입증의 무게와 사각지대(7·9편)를 함께 덜어 내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앞선 편들과 마찬가지로 결국 법·제도의 정비와 입법부의 관심으로 완성된다. 국가가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어도, 그 문 앞에서 손을 잡아 이끌어 줄 사람이 없으면 다친 이는 문턱을 넘지 못한다. 국가의 조력에 민간의 동행이 더해질 때, 비로소 ‘혼자 싸우지 않아도 되는’ 보훈이 완성된다.

    돌아보면, 대한민국 부상군인이 마주한 가장 큰 문제는 어느 한 부처의 잘못이 아니라, 국방부에서 국가보훈부로 넘어가는 그 ‘사이’에서 생기는 공백이었다. 심사가 길어지고(7·8편), 요건에 ‘비해당’되거나 ‘등급 외’ 판정을 받아(9편) 대상자 등록이 기약 없이 미뤄지는 동안, 다친 이는 어느 제도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한 채 홀로 남겨지곤 했다. 사단법인 퍼플하트는 바로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태어났다. 대한민국 민간에서 ‘최초’로 부상군인을 지원하기 위해 세워진 법인으로서, 나라를 지키다 다친 이들에게 미국의 퍼플하트 훈장이 그러하듯 ‘당신의 상처는 부끄러움이 아니라 명예다’라고 말해 주려는 것이다. 유공자로 인정받았든 아니든, 등급을 받았든 등외에 놓였든, 나라 지키다 다친 사람이라면 그 곁에 서겠다는 것 — 그것이 퍼플하트의 출발점이다.

    물론 제도는 멈춰 있지 않다. 2026년 5월, 국방부·국가보훈부·병무청은 치료부터 의무조사·병역처분·재해보상·보훈신청·등록까지를 하나의 흐름으로 잇는 ‘국가책임형 부상 장병 통합지원서비스’를 내놓았다. 전역 시기와 상관없이 복무 중에도 보훈을 신청할 수 있게 하고, 장애보상금에 ‘5급’을 신설해 대상을 넓히며, AI 기반 심사로 판정의 일관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9] 이런 개선이 자리 잡으면, 부처 사이의 그 공백은 앞으로 더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제도는 이렇게 계속 보완되고 발전해야 한다.

    다만 곱씹어 볼 지점이 하나 있다. 우리나라는 ‘중복 지원’에 유난히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중복을 막으려 지원 대상을 더 촘촘히 검증하고, 그러다 보니 역설적으로 정말 지원이 필요한 사람조차 지원에서 밀려나는 일이 생긴다. 촘촘한 그물망은 ‘새어 나가지 못하게 거르는’ 방향이 아니라, ‘한 사람도 빠뜨리지 않게 감싸는’ 방향이어야 한다. 제도의 정교함은 걸러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마땅히 받아야 할 사람이 받지 못하는 불상사를 없애기 위해 쓰여야 한다.

    지금은 퍼플하트가 사실상 유일한 민간의 손길이지만, 앞으로 한국에도 부상군인을 돕는 단체가 더 많이 생겨나 미국의 여러 재단처럼 저마다의 자리에서 더 많은 이를 품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퍼플하트는, 촘촘한 검증의 그물이 아니라 잘 정비된 제도 위에서 지원받아야 할 사람이 반드시 지원받도록 — 그 불상사를 없애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 상담과 조력으로 곁을 지키고, 한국형 PTG 캠프(9편)와 청년부상군인 주거 지원(11편)처럼 회복과 자립의 길을 넓히며, 제도의 빈틈을 메우는 목소리를 이어 갈 것이다. 지금 읽고 계신 이 시리즈 또한 그 목소리의 일부다. 다음 편에서는 지금까지의 열세 편을 관통해, 한국 보훈이 나아갈 길을 종합하며 이 시리즈를 마무리한다.

    출처 및 각주

    1. 미국 제대군인 봉사단체(VSO)와 공인 대리인 — VA 법무실(OGC)이 공인하는 세 유형(VSO 대표·변호사·청구대리인, 38 CFR Part 14), VSO 대표의 조력은 무료·비회원 가능, 증거 수집·청구·결정 재검토·항소 대리: U.S. Department of Veterans Affairs, Get help from a VA accredited representative or VSO; U.S. Congress, CRS Report R46412 (VSOs FAQ).
    2. VSO 대표의 VA 지방사무소 상주와 실무 관계, 최초 청구 무료 원칙, DAV의 진료 교통편 지원 등 생활 밀착 활동: Veteran.com, How Veteran Service Organizations Work.
    3. 한국 법정 보훈단체 — 대한민국재향군인회(1952년 창설, 최대 규모)·대한민국상이군경회·전몰군경유족회·전몰군경미망인회·광복회·무공수훈자회 등, 국가보훈부 소관, 상호부조·권익·선양을 주 목적으로 함: 국가보훈부, 보훈단체 현황; 대한민국재향군인회(위키백과).
    4. 한국의 신생 공익단체·공적 창구 — 서울시 청년부상제대군인 상담센터(2022년 개소, 법률·취업·주거 지원)와 사단법인 퍼플하트 등의 상담·제도개선 활동: 서울시·관련 공개 자료(본 시리즈 11편 참조).
    5. 상이용사 프로젝트(WWP, Wounded Warrior Project) — 2003년 출범, 9·11 이후 부상용사·가족 대상 정신건강(Warrior Care Network·Project Odyssey·WWP Talk)·경력·재정·VA 보훈청구 상담을 무료 제공, 등록 가족·간병인 약 5만 명, 2024 회계연도 모금 약 3억 8,500만 달러(70% 이상을 프로그램에 지출, 기부 재원): Wounded Warrior Project — Programs; WWP Financials(FY2024).
    6. 볼더 크레스트 재단(Boulder Crest Foundation) — 미 해군 EOD 참전용사 켄 포크(Ken Falke)가 설립, 외상후성장(PTG)과 동료 기반 회복 프로그램(Warrior PATHH), “시스템만으로는 충분한 인력을 갖지 못한다 — 서로를 일으켜야 한다”: Boulder Crest Foundation.
    7. 인빅터스 게임 재단(Invictus Games Foundation) — 2014년 영국 해리 왕자(서식스 공작)가 설립한 민간 재단, 부상·질병 장병(WIS)을 위한 국제 적응 스포츠 대회(2014 런던 13개국 약 400명 → 최대 25개국·500명 이상), 스포츠를 통한 회복·외상후성장(PTG): Invictus Games Foundation — Aims and Origins.
    8. 미국 부상군인 지원 민간단체의 재원 — 다수가 연방정부 지원 없이 개인 기부·회비·기업 후원·기금(endowment)으로 운영(DAV·VFW 재단), 피셔 하우스 재단 예산 약 6,560만 달러(2024, 93.7% 프로그램 지출), 셈퍼 파이 앤 아메리카스 펀드의 즉각 재정지원 등: CharityWatch·ProPublica(Form 990) 및 각 단체 공개 자료, CharityWatch — DAV; Fisher House Foundation.
    9. 국가책임형 부상 장병 통합지원서비스 — 국방부·국가보훈부·병무청이 2026년 5월 발표, 치료·의무조사·병역처분·재해보상·보훈신청·등록을 원스톱으로 통합, 전역 시기와 무관하게 복무 중 보훈신청 허용, 장애보상금 ‘5급’ 신설, AI 기반 심사체계 도입: 뉴시스(2026.5.7), ‘정부, 부상장병 치료부터 보상·보훈등록까지 원스톱 지원’.

    본 글의 미국 내용은 VA·미 의회조사국(CRS) 공개 자료를, 한국 내용은 국가보훈부 안내와 공개 자료를 근거로 정리했다. 단체 현황·회원 수·제도는 기준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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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 청구를 ‘대신’ 해주는 무료 전문가미국 — 국가가 ‘인정하고’, 민간이 ‘최전선에 선다’미국 — 정부가 못 하는 것을 메우는 민간회복을 넘어 ‘도전’으로 — 인빅터스 게임민간이 ‘회복’을 어떻게 돕나 — 그리고 재원은한국 — 크고 오랜 단체들, 그러나 결이 다르다한국 — 틈을 메우기 시작한 공익의 손길두 나라를 나란히 놓으면다음 단계를 위하여출처 및 각주

    사단법인 퍼플하트 · 서울특별시 성동구 왕십리로 115 · http://purplehear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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