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부상군인 세미나 다시 보기 (6) — “산재보다 못한 군인 보상?” 보훈심사의 사각지대와 국가책임

국회 「부상군인 예우 및 지원 확대를 위한 정책 세미나」(2026.6.29)의 마지막 토론은, 제도의 가장 아픈 틈을 정면으로 겨눴습니다. 토론자 허윤 변호사(법무법인 동인 / 해병대 법조회 공익지원단)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군 복무 중 부상을 입었다는 사실이 인정되면, 그 장병은 당연히 국가로부터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스스로 답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그렇다’고 답하기 어렵습니다.”

세 개의 문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
군에서 공상 판정을 받고 공무상병인증서를 받아 전역해도, 그것은 보훈 심사를 신청하기 위한 ‘기초자료’일 뿐입니다. 실제 보상까지는 세 단계를 모두 넘어야 합니다.
- 1단계 전공사상 심사(국방부) — 공무 관련성 확인(전사·순직·공상·비전공상)
- 2단계 요건 심사(국가보훈부) — 직무와 부상의 인과관계(국가유공자 / 보훈보상대상자 / 요건 비해당)
- 3단계 상이등급 판정(보훈병원) — 장해 정도 평가(1~7급 / 등급 외)
“이 세 단계 중 어느 하나라도 통과하지 못하면, 부상은 존재하지만 보상은 받지 못합니다. 보훈심사는 대상자를 걸러내는 ‘탈락의 절차’가 아니라, 국가가 책임져야 할 사람을 놓치지 않는 ‘보호의 절차’가 되어야 합니다.”

쟁점 ① ‘직접 관련성’ 기준의 비현실성
현행 제도는 부상을 ‘국가 수호와 직접 관련’이 있으면 국가유공자, 그렇지 않으면 보훈보상대상자로 나눕니다. 그러나 이 기준은 군 현실과 어긋납니다. 실사격 중 다치면 직접 관련이지만, 그 포를 정비하고 탄약을 나르다 다치면 ‘단순 유지·보수’로 분류됩니다. 지휘관 명령에 따른 전투체육(축구·산악구보) 중 십자인대가 파열되거나 아킬레스건이 끊어져도 ‘체력단련’으로 평가되곤 합니다. 최전방 GOP·DMZ 수색작전 중 사고는 직접 관련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은 반면, 후방 탄약고·해안·위병소 경계근무 중 폭설에 미끄러져 중상을 입거나 동상에 걸리면 ‘일상 직무’ 또는 ‘안전사고’로 분류되곤 합니다. “총을 쏘는 행위만 국가 수호이고, 그 총이 발사되도록 준비하는 행위는 간접 지원이라는 구분은, 군사작전의 원리를 지나치게 좁게 보는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쟁점 ② 상이등급표는 기계적이다
요건을 통과해도 상이등급이 나오지 않으면 보훈급여금은 없습니다. 문제는 등급표가 실제 기능장애보다 ‘해부학적 절단 여부와 숫자’에 지나치게 기댄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엄지발가락 하나만 뿌리째 잃으면 7급이 될 수 있지만, 엄지가 아닌 발가락 두 개를 잃으면 ‘등급 외’가 될 수 있습니다. 폭발 사고로 양발 발가락 끝마디 여러 개를 잃어도, ‘끝마디는 한 발 4개·양발 6개 이상’이라는 숫자 기준에 막혀 보상받지 못하기도 합니다. “몸은 분명히 다쳤고 기능은 분명히 떨어졌는데, 등급표의 숫자 조합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상이 어려운” 것입니다.
쟁점 ③ 산재보다 못한 보상
더 뼈아픈 것은 민간과의 역전입니다. 민간 근로자가 공장에서 같은 부상을 입으면 산재 장해등급(12~14급)이 인정되어 보상과 직업재활을 받지만, 국가의 명령으로 복무하던 청년이 같은 부상을 입으면 보훈에서는 ‘등급 외’가 될 수 있습니다. “국가가 부른 청년의 희생이, 민간 사업장의 업무상 재해보다 덜 보호되어도 되는가.” 특히 복무·근무지·훈련·장비를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징집병에게 입증과 등급표의 불이익까지 떠안기는 것은 국가책임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쟁점 ④ ‘움직일 수 없는데 기능이 남았다’는 모순
현행 기준은 절단과 관절 운동범위 중심입니다. 그러나 신경이 손상돼 스스로는 1mm도 움직일 수 없는데, 의사가 손으로 억지로 움직여지는 것을 두고 ‘기능이 남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산재는 이미 원인이 명확하면 능동측정(본인 힘으로 움직이는 범위)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보훈심사도 이 기준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세 가지 입법 과제
- ① 상이등급 기준의 ‘예시적 성격’ 명문화 — 별표에 없는 장애도 기능상실·사회생활 제약 정도를 종합해 준용 판정하도록 규정.
- ② 능동·수동측정 적용 기준의 명문화 — 신경손상 등 기질적 원인이 확인되면 능동측정값을 원칙 반영하고, 수동측정 사유는 결정문에 구체적으로 기재.
- ③ 등급 외 부상군인을 위한 별도 지원체계 — 등급을 못 받아도 부상과 공무 관련성이 인정되면, 급여와 별개로 의료·보조기·맞춤 신발·심리/법률 상담·직업복귀를 지원.
“청년이 잃은 것은 발가락 하나나 관절 하나가 아닙니다. 국가가 병역을 요구했다면, 그 의무 수행 중 발생한 부상에 대해서도 끝까지 책임져야 합니다.”
퍼플하트가 함께합니다
이 사각지대는 법과 제도를 바꿔야 메울 수 있습니다. 사단법인 퍼플하트는 이번 세미나에서 모인 문제의식이 실제 입법과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부상군인 곁에서 목소리를 보태고 힘을 더하겠습니다. 여섯 편에 걸친 국회 세미나 이야기를 끝까지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국회 세미나 다시 보기 — 여섯 편 전체
- (1) 국군외상센터가 지키는 ‘신체적 골든아워’ — 이호준
- (2) 지뢰 폭발을 딛고 다시 선 사람 — 표정호
- (3) 국가책임형 부상장병 통합지원서비스 — 강현근
- (4) 외상 후 성장(PTG)과 Warrior PATHH — 추연희
- (5) 미국 VA·‘목적의 회복’·입증책임 — 돈타 화이트
- (6) 보훈심사의 사각지대와 국가책임 — 허윤 (현재 글)
본 글은 2026년 6월 29일 국회 정책 세미나 토론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했으며, 인용과 수치는 발표 자료 기준입니다. 개별 사안의 판정은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