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부상군인 세미나 다시 보기 (2) — 지뢰가 앗아간 청춘, 그리고 다시 선 두 발

국회 「부상군인 예우 및 지원 확대를 위한 정책 세미나」(2026.6.29)에서 가장 큰 울림을 남긴 순서는, 통계도 제도도 아닌 한 사람의 경험담이었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청년부상제대군인상담센터 표정호 주임으로 다른 부상군인을 돕고 있는 그가, 자신이 지나온 길을 담담히 풀어놓았습니다. 제도의 필요성을 그 어떤 자료보다 선명하게 증명하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날, 안보전시관에서
2022년, 강원도 양구의 제4땅굴 안보전시관에서 사고가 났습니다. 그곳에는 1990년대 땅굴 발굴 당시 수거된 대인지뢰들이 안전클립이 빠진, 신관이 살아 있는 상태로 약 30년간 비활성화 없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연간 10만 명이 찾는 안보 교육 시설에 위험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당시 병사였던 그는 자신이 옮기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그 ‘금속 물체’를 탄약고로 옮기라는 지시를 받았고, 옮기던 중 지뢰가 폭발했습니다. 그는 그 순간 의식을 잃었고, 발뒤꿈치에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국가의 명령에 따라 그 자리를 지키던 스무 살 청년에게 닥친 일이었습니다.
국군외상센터, 발을 살려낸 17시간
그는 곧바로 국군수도병원 국군외상센터로 옮겨졌습니다. 앞선 발제(1편)에서 이호준 중령이 설명한 ‘부상의 순간을 생명으로 잇는 시스템’이 실제로 한 청년의 삶을 붙든 순간이었습니다. 발목 절단의 위기 앞에서, 외상센터의 문기호 중령은 17시간에 걸친 재건 수술로 그의 발을 살려냈습니다. 절단이 아니라 ‘살려서 다시 걷게 하는’ 길을 택한 것입니다. 그 수술이 있었기에, 그는 지금 가볍게 뛸 수 있을 만큼 회복했습니다. 우리 군의료가 왜 소중한지를 그의 발이 증언합니다.


수술실을 나온 뒤가, 더 긴 싸움이었다
살아남은 뒤에는 더 길고 외로운 싸움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중환자실에서의 회복, 감염과의 싸움, 여러 차례 이어진 재건과 보완 수술, 그리고 무엇보다 ‘다시 걷는 법’을 아이처럼 처음부터 배워야 하는 긴 재활이었습니다. 휠체어에 앉아 병원 로비의 크리스마스트리를 바라보던 겨울, 통증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함께 밀려왔습니다. 부상은 몸에만 상처를 남기지 않았습니다.

곁을 지킨 사람들, ‘꽃길만 걸으세요’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결국 사람이었습니다. 밤낮으로 회복을 도운 의료진, 같은 병실에서 함께 밥을 먹고 사진을 찍으며 서로를 다독인 전우들, 그리고 묵묵히 곁을 지킨 가족. 회복을 응원하며 의료진과 동료들이 건넨 “꽃길만 걸으세요”라는 한마디는, 다시 일어설 이유가 되어 주었습니다. 한 사람의 회복은 그 곁을 지킨 수많은 손길로 이뤄진다는 것을, 그의 이야기가 증명합니다.
몸의 상처보다 더 아팠던, 제도의 틈
그러나 그를 두 번 아프게 한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사고 이후, 30년간 위험한 지뢰를 방치한 책임을 두고 지방자치단체와 군은 서로에게 책임을 미뤘습니다. 게다가 현행법상 이런 안보관광시설 사고의 피해자를 위한 마땅한 보상 규정조차 없어, 그는 제도의 틈에 놓였습니다. 몸의 상처는 국군외상센터가 붙들어 주었지만,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는 물음 앞에서 그는 또 한 번 홀로 서 있어야 했습니다. 바로 이것이, 이번 세미나가 ‘국가책임’을 이야기하는 이유입니다.
다시 선 두 발, 그리고 다시 잡은 축구공
더디지만 멈추지 않은 재활 끝에, 그는 마침내 보조기의 도움으로 스스로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는 잔디 위에서 다시 축구공을 찼습니다. 부상 전과 똑같은 몸은 아니지만, 그는 자신의 두 발로 다시 삶의 운동장에 섰습니다. 그 걸음 하나하나가, 국가의 군의료와 재활 체계가 왜 끝까지 이어져야 하는지를 말없이 보여 줍니다.

이제는, 누군가의 곁을 지키는 사람으로
회복한 표정호 주임은 이제 부상군인을 돕는 자리에 섰습니다. 자신이 겪었던 막막함과 두려움, 제도의 벽 앞에서 느낀 답답함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는 지금 서울시청년부상제대군인상담센터에서 다른 부상 장병과 제대군인의 상담과 회복을 돕고 있습니다. 상처를 딛고 일어선 사람이 다시 누군가의 손을 잡아 주는 것 — 이것이야말로 ‘외상 후 성장’과 ‘동료의 연대’가 현실에서 완성되는 모습입니다.
그의 경험담은 곧, 부상의 순간부터 회복과 사회복귀, 그리고 마땅한 보상까지 국가가 끝까지 함께해야 한다는 가장 설득력 있는 증언이었습니다.
퍼플하트가 함께합니다
표정호 주임의 이야기는 제도가 왜 필요한지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 줍니다. 부상의 순간부터 치료·재활·사회복귀·보상까지 국가가 끊김 없이 함께한다면, 더 많은 청년이 다시 자신의 두 발로 설 수 있습니다. 사단법인 퍼플하트는 그 길에 언제나 함께하며, 상처를 딛고 일어선 이들이 또 다른 부상군인의 손을 잡아 줄 수 있도록 끝까지 곁을 지키겠습니다.
수많은 손길이 그를 다시 세상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이제 그가 걸어갈 길에, 부디 꽃길만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본 글은 2026년 6월 29일 국회 정책 세미나에서 발표된 경험담과 공개된 언론 보도(경향신문·파이낸셜뉴스 등)를 바탕으로 정리했으며, 당사자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부상 상태의 구체적 묘사는 최소화했습니다.